강남4구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상승하고 있다. 거래량뿐만 실거래가와 호가도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절세매물이 소진되면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며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신고된 5월 강남4구 아파트 거래량(계약체결 기준)은 643건으로 전달(497건) 대비 상승했다.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지난 2월 이후 올해들어 처음이다. 신고기한이 한달가량 남았기 때문에 5월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지난 4월 146건에서 5월 180건으로, 서초구 92건에서 114건, 송파구 132건에서 170건, 강동구는 127건에서 179건으로 늘었다.

서울 전역으로 살펴봐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19건에서 3259건으로 늘었으나 도봉·강북구를 비롯해 강서·은평·중구는 오히려 줄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9.1를 기록하며 지난주(72.7)보다 소폭 상승했다. 강남지역은 지난주 71.0에서 76.7로 상승폭이 더 컸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상승폭이 증가했다는 것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거래량이 늘어난 이유를 절세매물이 빠르게 소진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활용해 처분하려는 매물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은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높아 보유세 부담이 상당하다”며 “절세를 위한 매물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고 그 물건들이 시중에 소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5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강남4구는 거래량과 함께 호가도 상승하고 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라고 평가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집주인들이 수천만원씩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잠실 MICE 개발, 현대자동차 GBC 개발 등으로 잠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매물 가격을 올려도 되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 3월 이후 전용 76㎡에서 20억 이상 매물이 싹 사라졌는데, 최근 실거래가가 높아지고 있어 지금 분위기라면 호가도 다시 20억을 회복할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전용 76㎡ 7층 매물은 지난 4월 17억4500만원에 실거래되며 하한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10층 매물이 19억3000만원에 실거래되며 두 달 만에 19억원선을 다시 회복했다. 다만 대다수 매물은 18억원대에서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강남발 거래량 증가·호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코로나 사태와 대출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시기가 아니다”라며 “오는 8월 시행되는 분양권 전매제한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거래가 늘어난 부분도 있을테지만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워낙 심해 매물이 소화되더라도 강남권 급반등은 힘들 것”이라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으나 실물경제가 못 받쳐주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저가 아파트 시세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여 연구원은 “서울 6억이상 9억이하 구간 중저가 아파트 시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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