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인 '품절 대란'이 일어났던 마스크가 공급량이 늘면서 되레 각국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나려면 오랜 시간이 남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지만, 마스크가 남아돌아 길거리에 버려지는 국가도 등장하면서 의료진이 쓸 마스크도 없었던 과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필수품' 마스크는 어쩌다 애물단지가 됐을까.




일본도, 중국도, 프랑스도…"마스크 넘쳐나요"


마스크가 넘쳐나는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현재 마스크 재고량은 약 4000만 장으로, 기존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마스크 생산에 나섰던 섬유업체 450여 곳이 낭패를 보게 됐다.

프랑스 정부는 재고 처리를 위해 자국 마스크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의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 국무장관은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환경을 파괴하는 수입산 1회용 마스크 대신 20회 이상 사용가능한 프랑스 마스크를 쓰자"고 독려했다.

일본의 경우엔 마스크 재고량이 폭증해 시중에서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도쿄 내 상점에서 덴탈마스크 50개들이 1상자의 가격은 한 달 새 3500엔(한화 약 4만 원)에서 1300엔(약 1만 5000원)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특수'로 마스크 산업이 반 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한 중국은 상황이 심각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9일 바이위 중국 의료기기협회 회장의 말을 빌려 "하반기 안에 중국 마스크 회사들의 95%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신규 등록 마스크 업체는 전월보다 70%나 감소한 1만 283개로,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급감하면서 악성 재고로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었다.


원인은 '과잉공급'…품질 낮은 마스크도 한몫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과잉 공급이다. 프랑스는 지난 3월 1억 5000만장의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 타이어 기업 미쉐린(미슐랭)과 자동차부품기업 포레시아 등 다른 업종 공장까지 마스크 생산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주당 1500만 장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면서 되레 재고가 쌓였다.

일본도 업종을 불문하고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마스크 판매·생산에 뛰어들며 물량이 늘어났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쟁적인 판매와 생산이 마스크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마스크의 품질 논란이 주 원인이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마스크를 생산했으나,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중국산 마스크의 품질이 기준치에 미달한다며 반품하는 사례가 잇따라 재고가 쌓인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폴란드·네덜란드 의료진의 불만을 수용해 중국 기업이 납품하기로 한 마스크 1000만 장을 인도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부 중국업체의 N95 마스크가 차단율이 24~3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각국이 봉쇄 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약해져 'NO 마스크족'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러시아는 근로자 유급휴무 해제 등 방역조치를 완화했으며, 스페인은 지난달부터 17개 지방 중 11개 지역에 봉쇄완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남는 마스크 수천만장 프랑스, 자국 제품 구매 독려


앞서 프랑스는 지난 3월 1억 5000만 장의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 타이어 기업 미쉐린(미슐랭)과 자동차부품기업 포레시아 등 다른 업종 공장까지 마스크 생산에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주당 1500만 장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며 되레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천 마스크 생산 덕에 이동제한령으로 발이 묶였던 지난 2개월 동안 수백 개 기업과 수천 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각국이 봉쇄 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약해져 ‘NO 마스크족’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대비해 섬유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천 마스크 생산 구조를 유지하기를 희망했다.

중국, 마스크업체 95%가 도산 위기

코로나19 사태로 반년 만에 거의 50배가 급증한 중국 마스크 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바이위 중국 의료기기협회 회장은 “하반기 안에 중국 마스크 회사들의 95%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며 “세계의 마스크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중국 업체들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공장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위 회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마스크 업체가 수백 곳이었는데 지금은 1만곳 이상으로 늘었다”며 “다만 이 가운데 소수만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품질 미달인 중국산 마스크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이던 해외 국가들이 이제는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데다,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여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의 마스크 생산량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말 하루 2,000만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올 3월 초에는 하루 1억개를 넘어섰다. 5월 피크 때는 하루 10억개 내외를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1일까지 마스크 총 500억9,000만개를 수출했다고 공개했는데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던 3월 이후 두 달 동안의 실적이다. 5월을 기점으로 마스크 생산이 감소세에 들어간 셈이다.

중국 산둥성의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는 “마스크 생산자가 너무 많고 경쟁도 치열해져 해외 판매로 눈을 돌렸지만 단기간 안에 FDA나 CE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수출도 힘들어졌다”며 “5월 마스크 판매량이 4월보다 15~ 20% 감소했고 공장도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베 마스크' 전략 실패한 일본...품질 조악하고 가격까지 급락

일본에서도 지난 달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사태가 해제되고 마스크 공급이 늘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폭등하던 마스크 가격도 원가 이하로 추락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오쿠보의 한 향신료 점에서 팔던 덴탈 마스크 50매들이 1상자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3,500엔(약 4만원)에서 1,300엔(약 1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팔리지 않은 마스크들은 가게 앞에 잔뜩 쌓아 놨다. 점원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들였던 마스크들은 매입 단가가 높아서 더는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면서 “손해를 보고 파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수만장이나 재고가 있어서 적자를 각오하고 방출 중이다”, “원가 밑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등의 하소연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직격타를 맞아 어쩔 수 없이 마스크 판매에 나선 영세업자들이다. 한 잡화점 점원은 신문에 “본업 매상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고육책으로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한때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각 가정에 일명 ‘아베 마스크’로 불리는 천 마스크 두 장씩을 나눠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품질 논란 등에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만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아베 마스크 불량과 관련, 일본의 납품 업체가 검품을 요구했지만 정부 측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해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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