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잘 나가는 한인 청년사업가였다.


21살부터 유학하며 항공승무원, 통역사 등으로 일하면서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내달렸다. 한때 여행사 등 사업체를 3개나 꾸리며 다양한 업종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중국에서 16년을 바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동물, 행복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먹는 고기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 가는지 ‘동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다. 사람에 의해 지느러미가 잘리고 다리가 잘려나간 동물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 현장이 감동적으로 담겨 있었다. 화면에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한마디로 쇼크를 받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말 그대로 ‘애완’의 개념이었다. 동물의 생명과 존재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일시적인 충격인 줄 알았는데, 잔상은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그 후 거의 6개월을 매일같이 동물 관련 방송과 자료를 찾아봤다. 업무 중에도 처참하게 죽어가던 동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동물복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동물복지와 관련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싶어 수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여러 상황과 여건이 욕심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다.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 그 길로 사업체를 접고, 과감히 짐을 쌌다. 주변에서는 “미쳤냐?”며 펄쩍 뛰었다. 중국의 산업화와 맞물려 한창 궤도에 오르고 있던 사업을 갑자기 정리하고, 난데없이 동물복지 관련 일을 하겠다고 나서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의미 있거나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았다. 일종의 거역할 수 없는 사명감 같은 게 느껴졌다. 다행히 가족은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다. 아마 그들의 응원이 없었더라면 짐짓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전환점은 그렇게 찾아왔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가축, 실험동물, 야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이 소중하며, 그들에게도 인간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됐다. 단순히 개가 좋아 반려견을 키우던 과거를 뒤로하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애완동물학을 배웠다. 


졸업 후에는 애견학교에서 전문훈련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특이점을 발견했다. 반려견의 문제행동이 보호자의 양육 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파고들었다. 사람과 동물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던 중 클리커 트레이닝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 일반에는 아직 낯선 개념인 클리커 트레이닝은 행동주의 심리학을 토대로 반려견들을 교육하면서 긍정강화를 추구하는 훈련법.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카렌프라이어 아카데미에 등록해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에서는 6번째로 사범자격증을 취득했다. 해외 유학파를 제외한 국내 전문훈련사로서는 극히 소수여서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동물행동 전문가이자 펫시터 스타강사인 박효진 대표(한국반려동물교육협회)의 이야기다. 그는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이 분야의 보기 드문 베테랑. 미국, 일본, 중국을 오가며 개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그런 박 씨가 최근 <한 권으로 끝내는 펫시터 & 도그워커 매뉴얼>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일상케어와 응급처치부터 노즈워킹, 카밍시그널, 클리커 트레이닝까지 행복한 펫시터와 건강한 도그워커를 위한 반려견 양육 및 훈련 기술을 망라했다. ‘제대로’ ‘잘’ 키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양육과 훈련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국내외에서 선구적인 교육을 마스터하고, 오랫동안 현장에서 체득한 실무 노하우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반려견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을 입체적이고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특히 반려견의 산책이 더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확장되는데 필요한 정보와 사회적응훈련에 필수적인 조언들을 실제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반려견의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비롯해 효과적인 펫시팅을 위한 행동풍부화 훈련, 혼자서도 잘 지내는 홈얼론 등 어떻게 하면 반려견과 함께 행복한 삶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동물행동학의 新 바이블이다. 관련 분야 세계적 전문가인 테리 라이언 박사가 ‘강추’한다니 더욱 믿음이 간다.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거나 이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필독서다. 


박효진 대표는 ‘모든 반려인은 펫시터가 돼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단, 훈련은 힘든 고역이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게 신조다. 그래서인지 인간과 동물, 문제행동 예방 및 행동수정, 동물복지와 생명존중의 가치에 대해 강의하는 그의 수업에는 늘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바쁜 일상이지만 오늘도 대학 강단, 지자체 및 각종 교육기관을 누비며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을 나누고 있다. 


현재 상지대 동물자원학과 동물행동학, 동물복지학 담당교수,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반려동물학과 훈련학 담당교수, 서울연희전문학교 동물행동상담학, 활동견 훈련 담당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동물행동상담학 분야를 개척하며, 그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위드인뉴스 김도형] withinnews@gmail.com



급할 때 필요한 '펫시터' 손쉽게 고용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pet+family)족’의 고민은 외출할 때 생긴다. 갑작스런 야근이 잡히면 반려동물의 식사와 산책 등을 놓치고 만다. 장기간 여행도 어렵다. 이들을 위한 반려동물 전용 호텔이 있지만 반려동물이 좁은 케이지(우리)에 하루종일 갇혀 있거나 다른 동물들과의 마찰로 다치기도 한다.

반려동물 도우미 플랫폼 ‘도그메이트’는 집을 비우는 펫팸족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앱으로 간단하게 전문 펫시터를 고용할 수 있다. 2015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도그메이트는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에 달한다. 누적 돌봄 건수는 6만 회, 돌봄을 받은 반려동물 수는 2만 마리다.

도그메이트를 이용하면 펫시터가 반려동물을 잘 돌보고 있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펫시터가 액션캠을 착용해 찍은 영상을 서비스가 끝난 뒤 2시간 안에 앱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날의 일과를 적은 일지도 남겨준다. 반려동물을 맡기기 전에 앱을 통해 복용약, 식사 방법, 산책 스타일 등 여러 주문사항도 전달할 수 있다.


펫시터는 시간 단위로 고용할 수 있다. 1시간 기준 2만8000원이다. 이달 중순 요금제를 개편해 더 저렴한 가격의 30분 단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81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4.5%, 2021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도그메이트도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매월 10% 이상이었다. 누적 투자금액은 3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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